50만원만 주세요.

by 2016-02-01

청년 실업률이 10.2%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취업에 실패했거나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현 청년세대의 어려움은 이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중소기업 인력이 부족해서 난리라고들 합니다. 얼핏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래의 표를 보면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의 표는 통계청에서 발행하는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평균 임금을 산출한 표입니다. 지난 10년 간 30~50대에서는 소득 증가가 있었습니다. 반면 20대 이하는 20% 가까이 소득이 줄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스크린샷 2016-01-20 오후 9.07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환율 정책으로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결과적으로 국가경제도 전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율 정책의 결과로 국내 물가가 크게 올라 건실한 중견,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 결과 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고용의 질은 악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 위주의 환율 정책의 효과는, 엔저 정책 중심의 아베노믹스가 가동되면서 역풍을 맞습니다. 일본 제품의 가격이 갑자기 하락하게 되니, 경쟁자의 위치에 있는 한국 제품들은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지요. 대기업 위주의 환율 정책은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을 뿐,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인 불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은 선방했고, 승자의 잔치가 끝난 뒤 시장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노동조합들은 자신들을 위한 근로기준법을 지켜냈습니다. 그 결과로 현재 불황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은 높은 연봉을 주어야 하는 정규직 신규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 위주로의 고용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서울대생도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즉 ‘질 좋은 일자리’의 전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기존의 좋은 일자리를 줄이기는 어려우니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비용을 줄여버린 것이죠.

 

대기업들이 잘나가던 당시 소득의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득감소의 낙수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한지 오래이고 대기업에서 하청을 받아 근근히 먹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안좋아지자 하청업체에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손실을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도,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소득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것을 무작정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베노믹스 앞에서 무력화된 대기업 위주의 환율 정책과 미약한 국제경쟁력의 여파로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습니다. 그리고 질 낮은 일자리만 남아버렸고, 이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오래 준비하더라도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하는 현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제대로 된 추진이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기에 아젠다 23은 행정부에서 실행할 수 있는 즉각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20대에 연봉 2000만 원 이하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질 낮은 일자리’를 택한 사회초년생들에게 월 50만 원씩 현금으로 사회정착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제안합니다. 이는 ‘청년수당’과 같은 무조건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청년들과 달리 당장 중소기업에서 일해야만 하는 청년들, 그 중에서도 ‘질 낮은 일자리’를 선택하는 바람에 기초 생계에 위협을 받는 청년들을 위해 지원금을 주자는 이야기입니다.

 

20대 청년들의 평균소득인 1600만 원을 연봉으로 계산하면 월 1,227,110원이 나옵니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월세, 통신비, 교통비, 세금을 떼고 나면 자기계발은커녕 저축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1년 간 월 50만 원이 지원된다면 ‘질 낮은 일자리’를 떠맡은 청년들은 한결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월 50만원이라도 저축이 가능할 것이고, 월세로부터 해방될 수도 있을 것이며, 자신의 업종과 관련된 자격증을 공부할 수도 있고, 어학 공부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서울시 청년수당과의 비교

 

취지 : 구직 기간 중 사회 활동 지원, 스스로 진로 설계 가능.

내용 : 진로에 대한 자기설계를 가진 청년 선발하여 ‘최소 사회참여 활동비’ 지원.

대상 : 만 19세~29세 청년 중 중위소득 60% 이하 미취업자나 졸업유예자. 약 3000명

지원 규모 : 최대 6개월동안 매월 50만원(1년 최대 300만원)의 활동보조금 지원.

예산 규모 : 90억

 

-성남시 청년배당과의 비교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19~24세 청년들. 연 100만원 배당금 분기당 25만원씩.

예산 규모 : 50억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금

취지 : 사회초년생들 정착 지원

내용 : 연봉 2000만원 이하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월 50만원씩 지원. 월 180 수준으로 맞춰주기.

대상 : 만 20세~30세 청년 중 연봉 2000만원 이하 중소기업 취업자.

지원규모 : 연 3500억 수준

 

대기업 중심의 환율 정책, 미약한 국제경쟁력, 대기업 노동조합 중심의 근로기준법. 그 어디에도 ‘청년’의 자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청년들은 이러한 정책들의 그림자에 해당하는 ‘질 낮은 일자리’로 떠 밀리고 있을 뿐입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하면서 무조건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떠 밀지 마시고, 최소한의 지원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주셨으면 합니다.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