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만 주세요.

by 2016-02-01

천만원만 주세요. 천원이 아니라 천만원입니다. 네가 한 것이 무엇이길래 천만원을 달라 하느냐 말하신다면, 2년 정도를 국가를 위해 희생봉사했다고 답하겠습니다. 전역하는 사병들에게 국가에서 퇴직금의 개념으로 월 45만원 정도씩 적립해서 전역날에 일괄로 천만원만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봤자 최저임금 ⅓ 수준밖에 안됩니다. 특정 병과나 보직에 따라 조금 더 얹어주는 방안도 좋고요.

 

현재 사병들은 퇴직금은 물론이고 최저임금조차 못받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현재 휴전상황이기 때문에 군인은 근로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근로자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이후의 군인이란 ‘나라지키는 개’에 불과한데, 이러한 인식이 생긴 이유는 아마 무임금에 가까운 쥐꼬리만한 월급 받고 희생봉사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전역할 때 천만원이라도 있으면 최소한의 자긍심이라도 생기지 않을까요.

 

2015년 현재 국방예산은 36조 7천억원 입니다. 그 중 부사관과 장교 인건비가 7조원 정도입니다. 반면 사병 인건비는 5천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1960년대만 해도 장군-병장 월급 비율이 10:1 정도였으나, 2000년대 초반에는 300:1 수준으로 뛰었고 다행히 참여정부때 사병월급 인상을 추진해서 현재는 50:1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 그래봤자 부사관+장교 수가 사병의 25% 수준이라 직업군인과 사병의 인건비 대비는 여전히 10:1 정도입니다.

 

만약 퇴직금으로 1천만원을 지급하면, 1년 전역자가 25만명 정도이므로 추가되는 1년 국방예산은 2조 5천억원 가량입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김광진 의원을 중심으로 사병전역금 330만원을 지급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재원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여 예산부족을 이유로 유예되었죠. 이후 구체적인 추가논의는 없는 상태로, 천정배 의원이 1000만원 지급 법안을 발의했으나 결과는 같았습니다.

 

국회 회의록을 뒤져본 결과,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 조차 2조 5천억원의 재원마련을 어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재원을 ‘국가장학금’에서 끌어오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대통령이 ‘실질적 반값등록금’이라는 취지로 시행한 제도로, 실제로 많은 대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현 청년세대의 고통이 ‘대학 등록금’ 때문인걸까요? 대학을 싼 값에 다니면 취업도 척척 되고 집도 살 수 있고 미래가 보장되나요? 우리 모두가 우리의 고통이 등록금 때문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중심의 주요 선진국들처럼 대학진학률이 낮아져야한다고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대학 진학률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고, 낮은 출산률 덕분에 10년 이내로 대학진학자의 수는 자연스럽게 현재 50만의 5-60% 수준인 2-30만 정도로 줄어들게 될겁니다.

 

그러므로 미래의 효용이 불투명해 보이는 국가장학금제도를 개혁하여 확보한 세수를 사병전역금에 돌릴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 국가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소득 8분위까지 차등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국가장학금이 기초-차상위-3분위까지만 운영되길 원합니다. 국가장학금을 개편하여 4분위 이상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을 시 총 1조 3천억원의 세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가장학금 4분위는 월 소득인정구간이 427만원 이상~544만원 이하입니다. 7분위는 644만원 이상~744만원 이하이고 8분위는 744만원 이상~855만원 이하입니다. 세전 연소득 7천에서 1억가까이 해당하는 가구도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장학금은 실질적으로 세금을 거둬서 사학재단을 배불려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대학 졸업장은 4천만원짜리 자격증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과연 보편적인 대학교육에 4천만원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청년들은 현재 등록금으로만 4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사병전역금을 받고 등록금을 아낀다면 6년간 5천만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저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원을 타가는 것 보다는, 국가 안보를 위해 피땀흘려 봉사하여 의무를 다하는 사병들에게 세원이 쓰여야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국가장학금의 구멍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자신의 소득분위에 맞지 않는 국가장학금을 타는 친구들을 본 대학생이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국가장학금으로 1조 3천억원의 세원을 해결하여도 2조 5천억원 중 아직 1조 2천억원의 세원이 부족합니다. 추가적인 세원 확보를 위해 방산비리 감시단을 조직할 것을 제안합니다. 실제로 2015년 조직된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에서 적발한 방산비리 규모는 1조원에 달합니다. 일시적으로 조직된 합동수사단에서 1년간 밝혀낸 것이 1조원이니,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조직이 존재한다면 국방예산 다이어트와 세원 확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국방예산 다이어트로도 부족하다면, 청년관련 보편복지를 축소하여 추가적인 세원을 확보할 것을 제안합니다. ‘청년에게 현금주기’ 같은 류의 복지는 절대 청년의 미래를 밝게 만들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효과만 있는 마약성 진통제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청년이 현재의 대한민국에 기여한 것은 분명히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래에 기여를 해야할 의무를 가진 세대일겁니다. 청년이 현재의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창구인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이렇다 할 보상도 없는 상태에서 보편복지를 논하는게 맞나 싶습니다. 그리고 노인 빈곤률 44%의 ‘노인들의 지옥’인 우리나라에서 청년이 노인과 같은 보편복지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자칫하면 특권의식으로 변질될 수 있어 보입니다.

  

동시에 여성도 사병 자원입대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전투병과가 아닌 보급쪽으로 여성 사병 부대 TO 창출이 가능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노동시장 성차별의 중요 원인중 하나가 군대식 기업문화인데, 이 부분에서 사병전역 여성은 전혀 차별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겐 메리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도 사병입대가 가능해지면 군복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문화적으로 양성평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주어진 길은 어차피 취업 아니면 창업입니다. 정부가 창업에 바람을 넣은지 어언 10년이 되어가는데, 20대 중반에 1천만원 정도를 가지고 있다면 창업의 기회도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친구 세명만 모여서 창업해도 자본금 3천만원으로 시작이 가능합니다. 창업을 원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반값등록금이나, ‘스펙=돈’인 취업시장에서 기회의 평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창업자금이나 등록금 혹은 취업준비금으로 쓰지 않는다면, 최소한 월세 보증금 정도로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김광진 의원의 300만원은 너무 적고, 천정배 의원의 1000만원은 제대로 된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젠다 23은 재원마련 방법까지 함께 논하고자 합니다. 전역 사병에게 최소 천만원은 줘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봤자 1년에 6백만원 꼴입니다. 천만원만 주세요. 천원이 아니라 천만원입니다.

카테고리